Thursday, August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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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들리는 연변 사투리

 View more DIASPORA STORIES  Columnist Fiona Yan

연변에 있을 때는 내가 하는 말이 사투리인지 몰랐다. 그저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말이었고, 가장 자연스럽고 익숙한 말이었다.

사투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말

사실 나는 지금도 연변말을 사투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비록 우리 말 속에는 중국어도 섞여 있고, 일본어 흔적도 남아 있으며, 요즘은 영어 표현까지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연변말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연변말은 사투리가 아니라 그냥 우리 말이다. 부모님이 사용하시던 말이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말이며, 내가 세상을 처음 배운 언어이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연변말은 함경도 말과 가장 비슷하다고 한다. 사범학교 다닐 때 어문 과목 외에 기초학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우리 말의 유래와 표현 형식, 받침의 변화 등을 배우는 수업이었다. 기초학 선생님은 북조선에서 연수를 마치고 오신 분이었고, 수업도 문화어를 기준으로 진행하셨다. 당시에는 그것이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학교에서 배우라고 하니 배우고 시험을 치는 학생이었을 뿐이다.

그때는 몰랐다. 고향을 떠나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뉴욕에 와서야 내가 쓰던 말이 얼마나 특별한 말인지 알게 될 줄은.

플러싱 거리를 걷다가 연변말이 들리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순간적인 무의식 행동이다.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억양은 오래전 고향의 기억을 불러내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여러 언어가 만나 만들어진 연변 말

우리는 학교에서 북조선의 문화어를 기준으로 배웠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말은 또 달랐다.

연변말에는 고유한 표현도 많지만 중국어를 직역한 말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물론 북한 사람들조차 우리 말을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말과 중국어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일본어 표현도 남아 있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의 영향도 일부 받았다. 그렇게 여러 언어가 오랜 세월 섞이고 다듬어지면서 오늘날의 연변말이 만들어졌다.

개혁개방 이후에는 영어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의 말에는 여전히 연변말과 중국어, 일본어의 흔적이 남아 있다.

뉴욕에 사는 조선족들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니 차를 어데다 파킹 했니?”
“오늘 렁맨 먹고 싶은데 애들이 햄버거 먹겠단다.”
“땐쓰 요충치 어데다 창했니?”

조선족이라면 자연스럽게 알아듣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외국어처럼 들릴 수도 있다. 여러 언어가 한 문장 안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기 때문이다.

통역보다 중요한 것

뉴욕한인봉사센터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직원들도 가끔 나를 찾는다.

“이분이 조선족 어르신인데, 선생님께서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다. 언어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제도를 이해하지 못해 혜택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뉴욕에도 여러 조선족 단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은 인력과 자원의 한계로 모든 분들의 필요를 충분히 채워드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조선족 어르신들이 그나마 말이 통하는 한인 단체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

특히 연세가 많은 조선족 어르신들을 만나면 언어 문제가 더욱 실감난다. 한국어 상담 직원들은 같은 한국말인데도 잘 알아듣지 못하고, 조선족 어르신들은 한국식 표현이 익숙하지 않다. 결국 나는 중간에서 한국어와 연변말을 오가며 설명하고 통역하게 된다.

조선족은 왜 알아볼 수 있을까

커뮤니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사람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도 하나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조선족인지, 한국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물론 틀릴 때도 있지만 생각보다 맞을 때가 많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가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비결을 묻곤 한다.

“어떻게 보고 알아요?”

솔직히 나도 설명하기 어렵다. 옷차림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말투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표정이나 행동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분명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조선족들에게는 어딘가 익숙하고 친숙한 느낌이 있다. 마치 오래전에 알고 지낸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어떤 때는 말 한마디 듣기 전부터 짐작이 가기도 한다. 얼굴 생김새 때문만은 아니다. 살아온 환경과 문화, 생활 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왜 그런지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선족을 만나면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먼저 끌린다. 아마도 같은 고향의 기억과 비슷한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어가 사람을 알아보게 하는 것이라면, 문화와 기억은 사람을 서로 가깝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때로는 복잡한 서류를 대신 작성해 드리는 것보다 같은 말로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될 때도 있다. 낯선 미국 땅에서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하는 분들을 자주 본다.

 https://byeon.com/fiona-yan/

같은 말, 다른 익숙함

사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나와 같은 언어를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반갑고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낯선 땅에서 익숙한 언어는 그 자체로 위안이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조선족 학교를 다녔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늘 연변말을 사용했다. 부모님도 연변말을 쓰셨고 선생님들도 연변말을 쓰셨다. 나 역시 교단에 섰을 때 학생들에게 연변말로 수업을 했다. 어린 시절의 웃음과 울음, 기쁨과 서러움이 모두 그 말 속에 담겨 있다.

얼마 전 다른 단체에서 일하시는 한국 분이 내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지난번에 일하는 거 보니까 엄청 적극적이고 거침없이 일을 진행하던데, 오늘은 나랑 단둘이 이야기하니까 생각보다 조신하네요.”

그래서 나는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사실 저는 한국어를 할 때 아직도 조금 긴장돼요. 연변말이 제일 편해요.”

그러자 그분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으셨다.

“왜요? 같은 말 아니에요?”

맞는 말이다. 같은 말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몸에 밴 말과 성인이 되어 익숙해진 말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연변말로 이야기할 때는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한국어를 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한국식 표현을 고르게 된다

내게 연변말이란

가끔 한국 분들이 내 말을 듣고 “연변 사투리를 쓰시네요.”라고 말씀하신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 낯설다. 나는 지금까지 연변말을 사투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친구들과도 늘 연변말을 사용했다. 비록 학교에서는 문화어를 배웠지만 생활 속 언어는 언제나 연변말이었다. 그래서 내게 연변말은 사투리가 아니라 그냥 우리 말이다.

비록 중국어가 섞여 있고 일본어 흔적도 남아 있으며, 영어 표현까지 들어와 있지만, 그것은 연변말이 걸어온 역사이기도 하다. 여러 언어가 섞여 만들어진 말이지만 그 안에는 조선족들의 삶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마 많은 조선족들이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국어를 할 수는 있지만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언어는 여전히 연변말이다.

그래서 지금도 플러싱 거리를 걷다가 연변말이 들리면 무심코 고개를 돌리게 된다. 누군가는 그것을 사투리라고 부르지만, 내게 연변말은 단순한 사투리가 아니다. 부모님의 목소리이고, 가족과 친구들의 웃음소리이며, 어린 시절의 추억과 고향의 냄새가 담긴 말이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되었어도 나는 여전히 연변말을 한다. 그리고 그 말을 할 때마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인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어쩌면 연변말은 내가 조선족임을 잊지 않게 해 주는 가장 소중한 고향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글 | 칼럼니스트 엄복실 (Fiona Yan)
— 뉴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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