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일요일, 뉴욕봉사센터 회장님의 요청으로 제1기 종결보고 및 제2기 출범식에 참석했다.
행사가 끝난 뒤 여러 자원봉사자 분들이 손수 만든 연변 음식들로 저녁 식사가 시작 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찰떡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어디서 사 오신 줄 알았다. 워낙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직접 만드셨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이 무더운 날씨에 집에서 직접 만드셨다는 말씀을 듣고 깜짝 놀랐다. 게다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팥고물과 강낭콩으로 만든 열콩고물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찰떡을 하나 집어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어릴 적 연변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명절이면 외할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시던,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던 바로 그 맛이었다.
플러싱의 연변 식당에서도 찰떡을 몇 번 사 먹어 본 적이 있다. 맛은 있지만 어릴 적 기억 속 그 맛과는 어딘가 달랐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굳이 찾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서, 내가 가장 그리워하던 그 찰떡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저녁 식사가 시작되자 나는 제일 끝자리에 앉아 찰떡만 열심히 먹었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에 하나씩 조금씩 집어 먹었는데, 어느새 열 조각은 넘게 먹은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셨는지, 떡을 직접 만드신 박옥자 어머님께서 남은 찰떡을 싸서 집에 가져가라며 정성껏 챙겨 주셨다.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떠나는 순간까지 “찰떡은 잘 챙겼냐”고 몇 번이나 물으시며 꼭 딸을 보내는 어머니처럼 살뜰히 챙겨 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어머님은 “별것 아니다.”라고 하셨지만, 찰떡은 결코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팥고물은 손이 정말 많이 간다. 팥을 삶은 뒤 너무 곱게 으깨면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약 40% 정도만 으깨야 알알이가 살아 있는 맛을 낼 수 있다. 또 수분이 70~80% 정도 날아갈 때까지 불 앞을 지키며 계속 저어 줘야 한다. 수분이 너무 많으면 팥 본연의 맛이 옅어지고, 너무 마르면 고물이 떡에 잘 달라붙지 않는다. 그 적당한 지점을 맞추기까지는 시간도 많이 들고, 그만큼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
연변 찰떡은 한국의 인절미와 비슷하지만 식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국 인절미는 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면서도 입안에서 쉽게 끊어지는 식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연변 찰떡은 찹쌀 특유의 쫀득함이 훨씬 살아 있고, 오래 씹을수록 찹쌀 본연의 고소한 맛이 진하게 올라온다.
콩고물을 묻혀 먹어도 맛있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팥고물을 더 좋아했다. 팥고물에 설탕을 조금 넣고 들깻가루까지 섞어 먹으면 그 고소하고 달콤한 맛은 정말 잊기 어렵다.
찰떡 한 조각을 먹었을 뿐인데 입안에는 고향의 맛이 남고, 마음에는 사람의 정이 남았다.
음식은 참 신기하다. 오래 잊고 지냈던 기억을 어느 순간 아무 말 없이 데려온다. 그날 찰떡을 먹는 내내 어린 시절, 명절이면 외할머니가 손수 찰떡을 만들어 주시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그때는 그게 얼마나 귀한 음식인지도,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도 몰랐다. 그저 맛있게 먹기만 했다.
뉴욕에서 다시 그 맛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날 내가 먹은 건 찰떡만이 아니었다. 연변의 맛도, 고향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도, 그리고 외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어린 시절의 추억도 함께 먹고 돌아왔다.
글 | 칼럼니스트 엄복실 (Fiona Yan)
— 07/13/2026 뉴욕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