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는 자니라 (잠18:22)

뉴저지 한인타운 팰팍(Palisades Park)에 정착하고 나서, 몇번 결혼식장에 가 본 적이 있었다. 이곳의 결혼식장은 한국의 도시 중심부에 있는 결혼식장과는 달리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있다. 경기도 양평이나 가평 산 속에 있는 별장처럼 주변 환경은 대부분 한적하고 고요했다. ‘예식장’이라는 간판도 특별히 없었다.
미국의 결혼식 풍습에 대해서 아직 잘 알지는 못한다. 재미교포들의 결혼은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고, 미국인들의 결혼문화는 지인에게서 대충 들었을 뿐이다. 미국유학 중 만난 교포들과 결혼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한국에서 오시는 경우도 많은 듯 했다. 오늘 아침에도 팰팍에서 약 40분 거리 플로햄 파크(Florham Park) 소도시에 있는 결혼식장에 갔다왔다. 오는 길에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결혼은 여전히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로서 ‘필연적 의무’를 넘어 숙명이자 운명인가, 아니면 이제는 옵션이 되었나? 386세대라 불리웠던 분들의 자녀들이 대략 30세 좌우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었는데, 자녀들 결혼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거의 듣지 못했다. 아마도 미국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때가 됐으니 결혼해야 한다고 서두르는 것도 주변에서 보기 힘들다.이들은 최선의 상대가 아니면 구태여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말도 한다.
살아보니, 결혼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는 지에 대한 의문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세대와 관계없이 이혼도 쉽게 한다. 속칭 ‘돌싱’의 삶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 결혼, 재혼에 목매지 않고 또 권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숙명적인 의무감에서 벗어나 보이기는 해도, 결혼은 여전히 대세다.

결혼의 시작을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가라사대 사람의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18)”. ‘모태솔로’이거나 ‘돌싱’이거나 본인은 유유자적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눈에 외로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고독을 모른다해도, 스스로에게는 자신의 때때로의 쓸쓸함을 감출 수는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한번 짝을 맺으면 한평생을 다정하게 지내고, 짝을 잃더라도 다른 짝을 얻지 않는다.”는 원앙 한쌍을 결혼식에 가져다 놓는다. 풍습은 형식일 뿐, 서로 맞지 않으면 쉽게 갈라지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지독히 잔인한 일이건만, 결혼식에서의 이러한 풍습은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하다.

넷플릭스에 ‘금수미앙’이라는 중국드라마가 있는데, 54화 마지막 편에 주인공 ‘미앙’과 ‘탁발준’이 중국고사에 얽힌 ‘시’를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귀밑 머리 묶어 부부가 되었으니, 서로의 사랑을 의심치 않았네(We never doubted each other’s love). 살아 있다면 반드시 그대에게 돌아올 것이고, 죽으면 오랫동안 그리워할 것을!”
파크 사보이 예식장에 들어가는 신랑의 모습은 숙연해 보였는데, 400년 동안 함께 했던 운문사의 은행나무처럼, 신부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마음에 두었는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그리고 예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는 결혼식장 앞 도로, 저 보이지 않는 미지의 길을 향해 걸어서, 때로는 서로 부축이며,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약 100년 간 함께 걷게 될 것이다. 중도에 누가 서로를 버리지 않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