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가 집에서 사용하던 PC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평소 즐겨 찾던 하드웨어 커뮤니티와 가격 비교 사이트를 열었습니다.
“이제 그래픽카드 가격도 많이 내려왔으니 램(RAM)만 좀 넉넉히 챙기면 되겠지”라는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장바구니에 담긴 DDR5 16GB 메모리의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 6~7만 원대였던 메모리 하나가 이제는 20만 원 선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창을 닫았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현재 조립 PC 시장에서는 “그래픽카드 가격이 안정되니 이제는 램이 발목을 잡는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2025년 연말, 조립 PC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메모리 폭등’의 원인을 짚어봤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메모리 블랙홀’
가장 큰 원인은 전 세계적인 AI 열풍입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서버용 GPU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HBM 생산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일반 데스크탑용 D램 생산 라인을 줄인 것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제조사의 ‘수익성 방어’와 공급 통제
과거 과잉 생산으로 부침을 겪었던 메모리 업체들이 이번에는 철저한 ‘공급 관리’에 나섰습니다. AI 수요를 핑계로 생산량을 조절하며 가격 주도권을 다시 가져온 것입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171% 상승하며 금값 상승률을 추월했습니다.
DDR4의 퇴장과 DDR5의 독주
세대교체 시점과 맞물린 점도 악재입니다. 구형인 DDR4 생산 라인이 빠르게 폐쇄되면서 공급이 끊겼고, 신형 DDR5는 AI 수요와 겹쳐 가격이 고공행진 중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형을 사기도, 신형을 사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진 셈입니다.
데스크 한마디: 소비자 대응 전략

지금 PC 구매를 고민하는 분들께 조언하자면, ‘당장 급하지 않다면 기다리는 방법’이 정석입니다. 하지만 꼭 사야 한다면 구매 고객들은 다음의 전략을 고려하십시오.
- 중고 시장 활용: 신품 가격이 비이성적일 때는 보증 기간이 남은 중고 메모리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 최소 사양 구성 후 증설: 일단 16GB(8GB x 2)로 최소한의 구성을 맞춘 뒤, 내년 하반기 가격 안정화를 기다려 추가 증설하는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합니다.
- 완제품 PC 모니터링: 대량으로 부품을 선확보한 대기업 완제품이나 대형 조립 업체의 특가 모델이 부품 각개 전투보다 저렴할 때가 있습니다.
*기자의 선택
저는 결국 메모리 구입을 두 달 뒤로 미뤘습니다. 현재의 가격 폭등은 수요 폭발보다는 ‘공급 왜곡’에 가깝기 때문에, 제조사들의 공정 전환이 안정화되는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입니다.
— 박재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