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I-9는 오래된 제도다. 대부분의 사업주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직원의 취업 자격을 확인하고 관련 서류를 작성해 왔다. 그래서 많은 고용주들은 I-9 규정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26년 봄, 미국 이민법 전문가들은 하나의 정책 변화를 두고 “조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미국 대형 로펌 Morgan Lewis는 “ICE Rewrites the Rules on Form I-9 Violations”라는 제목의 분석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I-9 위반을 판단하는 기준을 사실상 새롭게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겉으로는 법률이 개정된 것이 아니지만, 실제 감사 현장에서 적용되는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실질적 위반(Substantive Violation)’의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과거 ICE는 I-9 오류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Technical 또는 Procedural Violation이다. 이는 행정적 실수나 단순 작성 오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날짜를 빠뜨렸거나 일부 정보를 불완전하게 기재한 경우처럼, 고용주의 채용 의도 자체를 문제 삼기 어려운 실수들이 여기에 해당했다. 이러한 오류는 감사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 안에 수정할 기회가 주어졌다.
반면 Substantive Violation은 훨씬 무거운 의미를 가진다. 직원의 취업 자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법에서 요구하는 핵심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다. 이런 위반은 원칙적으로 즉시 민사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2026년 3월 발표된 ICE의 새로운 감사 지침이 이 두 범주의 경계를 크게 바꾸었다는 점이다.
Morgan Lewis에 따르면, 이전에는 ‘기술적 오류’로 분류되어 수정이 가능했던 10여 개 이상의 항목이 이제는 ‘실질적 위반’으로 재분류됐다. 다시 말해, 예전 같으면 “고쳐서 제출하면 되는” 수준의 실수가 이제는 바로 벌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기존에 널리 알려져 있던 10일 수정 기회(10-day cure period) 역시 많은 항목에서 더 이상 적용되지 않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법률업계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SHRM(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은 “ICE Redefines ‘Substantive’ I-9 Violations”라는 기사에서 “오랫동안 단순 행정 오류로 여겨졌던 여러 항목이 이제는 실질적 위반으로 분류되면서 고용주가 직면하는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SHRM는 특히 그동안 쉽게 수정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실수가 더 이상 ‘사소한 실수’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새 기준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실질적 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직원의 생년월일 누락
- 입사일 기재 누락
- 고용주 확인자의 직책 누락
- 스페인어 I-9 양식의 부적절한 사용
- 준비자(Preparer) 또는 번역자 정보 누락
- 원격 신원 확인 절차 관련 필수 표시 누락
- 전자 I-9 시스템의 감사 추적(Audit Trail) 또는 전자서명 기준 미충족 등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가 외국인 직원만을 고용하는 기업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Form I-9는 미국 시민권자를 포함해 1986년 11월 6일 이후 채용된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는 연방법상 의무 서류다. 따라서 미국인 직원만 고용하는 식당이나 소매점, 미용실, 델리, 건설업체도 동일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ICE가 이번 정책 변화를 별도의 대대적인 발표 없이 감사 지침(Fact Sheet)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시행했다는 점이다. Morgan Lewis는 이러한 변화가 연방관보 공고나 새로운 규정 제정 절차 없이 이루어졌으며, 그럼에도 실제 감사에서는 즉시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명확하다.
예전에는 “실수했더라도 나중에 고치면 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통했다. 그러나 이제는 “처음부터 정확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 ICE의 새로운 메시지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가 아니다. 미국 정부가 사업장의 이민 규정 준수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용주들은 더 이상 I-9를 입사 첫날 작성하는 단순한 서류로만 볼 수 없다. 이제는 작은 작성 실수 하나가 사업체 전체의 법적·재정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사업장에 어떤 재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미국 법률업계가 제시하는 벌금 사례와 계산 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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