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오랜만에 어떤 문제에 대해 동의하게 되었다. 바로 ‘부채한도(Debt Limit)’를 폐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2025년 6월 4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예기치 않은 한 마디로 미국 정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 의견을 같이하는 이 드문 사안은, 미국의 미래 재정 시스템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부채한도란 무엇인가?
미국의 부채한도는 연방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차입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법으로 제한한 제도다. 원래 목적은 전시(1917년 제1차 세계대전) 재정 운영의 효율성이었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제도는 의회 내 정쟁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
정부는 해마다 세입보다 많은 지출을 하며 이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다. 그런데 부채한도에 도달하면 더 이상 국채를 발행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무원 급여, 복지비, 심지어 국채 이자 지급까지 중단될 수 있는 디폴트 위기에 빠진다.
경제 인질극, 반복되는 위기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회계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최근 수년간 공화당과 민주당은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대립해왔다. 한쪽은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한도 상향을 반대하고, 다른 한쪽은 “이미 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상향을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부채한도는 정치적 인질극의 도구로 전락해왔다.
실제로 부채한도 위기로 인해 미국은 수차례 정부 셧다운과 신용등급 하향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전 세계가 달러와 미국 국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단지 국내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 위기로 확산될 수 있는 폭탄이기도 하다.
폐지 논의는 왜 지금 다시 떠오르는가?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오래전부터 부채한도 폐지를 주장해왔다. 그녀는 이를 “무의미한 중복 규제”라 부르며, 정부가 이미 승인한 지출에 대해 다시 제한을 거는 것은 비합리적인 이중 통제라고 말한다.
놀랍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번에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는 부채한도를 “정치인의 손에 맡기기엔 너무 위험한 제도”라며, 경제적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워런의 4조 달러 투자 제안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점진적으로 추진한다면 긍정적”이라며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공화당의 지도자로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부채한도 폐지를 두고 의견은 분분하다. 찬성론자들은 “부채한도는 불필요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미 지출이 승인된 예산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인질처럼 붙잡히는 현실을 비판한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정부 지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장치”라며 폐지를 반대한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고음을 끊임없이 울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부채한도는 의미 있는 경계선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와 워런의 이례적 동의는 단순한 발언 이상이다. 이는 미국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재정 구조, 정치의 역할, 그리고 세계 경제에서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부채한도가 과연 “재정 건전성의 안전벨트”인지, 아니면 “경제를 인질로 삼는 족쇄”인지는 이제 미국 유권자와 정치권이 냉정히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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