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October 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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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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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대개 작은 변화와 함께 찾아온다. 아침에 집을 나서다 다시 돌아가 얇은 겉옷을 챙기고, 버스를 기다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퇴근길에는 어제보다 일찍 가로등이 켜져 있다. 달력 한 장을 넘겼을 뿐인데, 하루의 빛과 공기는 벌써 달라져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생활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출근 시간은 그대로이고, 장바구니 앞에서 가격을 살피는 일도 여전하다. 아이를 데려와야 하고, 병원에 들러야 하고, 밀린 일을 끝내야 한다. 누군가에게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난방비를 걱정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같은 햇빛 아래에서도 사람들이 맞는 10월은 서로 다르다.

그래서 계절을 이야기하는 글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하늘이 높고 단풍이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하루를 버티는 사람의 마음에 닿기 어렵다. 좋은 날씨가 어려운 형편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 여유조차 없는 날도 있다.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삶을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10월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조금 아깝다. 바쁜 생활 속에도 계절은 들어오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짧은 길에 바람이 서늘해지고, 늘 지나던 가게의 문이 닫혀 있다. 시장에는 제철 과일이 쌓이고, 집에 돌아와 마시는 따뜻한 물 한 잔이 반갑다. 우리는 그렇게,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가을을 만난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10월」에서 고요한 가을 아침에게 “오늘의 시간을 천천히 시작해 다오”라고 부탁했다(Begin the hours of this day slow). 나뭇잎도 한꺼번에 떨어뜨리지 말고, “새벽에 잎 하나를 놓아 보내고, 정오에 또 하나를 놓아 보내라”고 했다(Release one leaf at break of day; / At noon release another leaf). 겨울로 향하는 계절 앞에서 조금만 더 시간을 얻고 싶은 마음이다.

그 부탁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아침에는 하루가 길게 느껴지다가도 저녁이면 무엇을 했는지 모른 채 시간이 지나가 있다. 해야 할 일을 처리하고 다음 일을 걱정하는 사이, 올해도 어느새 마지막 석 달에 들어섰다. 연초의 계획을 떠올리면 마음이 급해진다. 이루지 못한 일들이 먼저 생각나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계산하게 된다.

하지만 달력은 성적표가 아니다. 열 번째 달에 도착했다고 해서 누구나 열 달 치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계획을 미룬 사람도 있고, 일자리를 찾으며 계절을 보낸 사람도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적더라도, 매일 일어나 자신의 몫을 감당해 온 시간은 남는다. 그 시간을 몇 줄의 성과로 다 적을 수는 없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목은 「산행」에서 “저녁 단풍 숲이 좋아 수레를 멈추니, 서리 맞은 잎이 이월의 꽃보다 붉구나”라고 썼다(停車坐愛楓林晚정거좌애풍림만,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여기서 이월은 옛 음력의 봄을 가리킨다. 봄을 지나 여름을 견디고 가을에 이른 잎에서, 시인은 걸음을 멈출 만큼 아름다운 빛을 발견했다.

우리의 생활에도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오래 일한 사람의 능숙한 손, 여러 번 실패한 뒤 조금 신중해진 판단,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 사이의 짧은 안부.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아도 시간을 지나며 깊어진 것들이 있다. 10월의 빛 아래에서 그런 것들을 한 번쯤 돌아보아도 좋겠다.

계절을 느끼기 위해 멀리 떠날 필요는 없다.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사람에게 여행을 권하고, 생활비를 아끼는 사람에게 새로운 소비를 제안할 이유도 없다. 늘 걷던 길에서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는 일, 가까운 사람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묻는 일, 잠들기 전에 창문을 열어 밤공기를 느끼는 일로도 충분하다. 여유가 생기는 날에, 할 수 있는 만큼이면 된다.

그런 순간이 생활의 어려움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 다만 하루를 돌아보았을 때 기억할 장면 하나를 남겨 준다. 온종일 바빴지만 점심 무렵 햇빛이 좋았다는 것, 버스를 기다리다 나뭇잎 하나가 내려앉는 것을 보았다는 것. 처리한 일과 걱정한 일 사이에, 내가 직접 보고 느낀 시간이 놓인다.

10월에도 별다른 일은 없을 수 있다. 익숙한 길을 오가고 비슷한 저녁을 먹으며 한 달을 보낼지 모른다. 그래도 어느 날 퇴근길에 문득 걸음을 늦출 수는 있다. 늘 지나던 나무가 조금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 앞에서 잠깐 머무는 동안, 평범했던 오늘에도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 하나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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