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shington D.C. — 2025년 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 번 전 세계를 향해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라는 전례 없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세계 두 경제 대국 간의 충돌을 심화시켰다. 반면, 유럽연합을 포함한 60여 개국에 대해서는 ‘90일 간의 관세 유예’ 조치를 취하며 우방국과의 갈등은 일시적으로 진정시켰다. 이 같은 이중 전략은 국내 시장에 단기적 안정을 주었지만, 글로벌 무역 질서와 미국 내 산업 전반에는 복합적인 영향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행사장에서 “관세 조정은 본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규범적 무역정책 접근과는 결이 다르다. 트럼프는 관세를 일종의 ‘지렛대(leverage)’로 사용해 상대국의 양보를 유도하고, 동시에 국내 산업을 보호하며 정권 재창출 기반을 다지려는 계산이다. 실제로 “보복하지 않은 국가에는 유예를, 보복한 중국에는 배로 올린다”는 그의 논리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이 같은 발언은 그의 정책이 경제이론보다 정치적 감각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시장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일시적 반응을 보인다. S&P500은 관세 유예 발표 직후 하루 만에 9.5% 급등했고, 이는 200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통해 무역적자 축소, 제조업 부활, 세수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를 내세운다. 트럼프는 특히 자동차·철강 등 특정 산업군의 보호를 강조해왔으며, 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해당 산업에 단기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경제 싱크탱크 CEPII의 뱅상 비카르(Vincent Vicard)는 “트럼프가 진정 원하는 것은 수입 억제를 통한 생산 기반 회복과, 세수 확보를 통한 감세 재원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일부 산업에선 중장기적으로 투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관세 수입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한 개인소득세 인하의 재정 기반이 될 수 있다. 보호무역의 부활은 트럼프 정치철학의 중심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관세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관세의 역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고율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리고, 이는 곧 소비자 가격 상승(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 특히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제조하는 미국 기업은 원가 상승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피치(Fitch Rating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콜튼(Brian Coulton)은 “미국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이 30달러인 반면, 중국은 12달러에 불과하다. 경쟁력 차이가 구조적”이라며 “애플과 같은 전자·디지털 기업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올해 2.8%에서 4%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GDP 성장률 둔화와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실제 2018년 트럼프의 1차 대중 무역전쟁 당시, 미중무역위원회는 약 24만 5천 개의 미국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번 125% 관세는 당시보다 훨씬 광범위한 만큼 고용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무역 파트너다. 2024년 기준, 양국 간 상품 교역액은 5,824억 달러에 달했고, 이 중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954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산 가전, 의류, 저가형 기계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반대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반도체,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고 있다.
WTO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로 인해 양국 간 교역량이 최대 80%까지 감소할 수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빨려 나가고 있다(sucking us dry)”며 불공정 무역을 강력히 비판한다. 그러나 과도한 관세는 미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고립시킬 위험을 내포한다. 관세가 단기적 지렛대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 위축, 소비 감소, 글로벌 신뢰도 하락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관세는 정치적 무기이자 경제적 도박이다. 트럼프의 승부수는 미국 경제에 어떤 파장을 미칠 것인가. 그 답은 오는 연말, 소비자 물가지수와 일자리 수치, 그리고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드러날 것이다.
※ 이 글은 Al Jazeera 보도와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 CEPII 등의 전문가 의견이 인용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