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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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동네에서 두 여인에게 점프당하다

(No.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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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ong Kweon Yi
(borimfoods@gmail.com)

버지니아 다녀오는 길에 낭패를 당했다가 두 여성분들 덕분에 살아 돌아왔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추석맞이 만찬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졸려서 여느 때와 같이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어느 동네에다 차 세우고 잠깐 눈을 붙였다. 체력이 약해서인지 마음이 편해서인지 난 초저녁이면 잠이 쏟아진다. 헐…헤드라잇을 켜놨는지 눈뜨고 정신 차리고 가려고 하니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내일 스케줄이 빡빡한데 메릴랜드의 어딘지도 모르는 동네에서 발이 묶여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밤이라 어차피 캄캄했다. 보험사 바꾸고 AAA회원도 탈퇴했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이런 게 머피의 법칙이다.

밤 열한시. 매릴랜드 아는 친구한테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더니 안받는다. 어찌 보면 다행이다. 이럴 때 요령껏 시동을 걸면 걸리는 수가 있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어 네이버에 검색해봤는데 신통한 게 나오지 않았다. 밤이라 차도 거의 안다니니 구조요청할 데도 없어서 멍 때리고 있다 보니 십여분전 개하고 내 차 옆을 지나쳐 가던 여성분이 돌아오고 있었다. 산책 갔다 오나보다.

원래 내가 모르는 여자한테 말을 잘 안거는 편인데 이번엔 용기를 좀 내봤다. 익시큐즈미. I am in trouble. 블라블라….사정얘기를 했더니….매우 차분하게…나한테 그러는 거다. 시동 한번 걸어봐. (헉..기술잔가?) 그런 육감이 뇌리를 때릴 정도로 차분한.

당연히 시동은 안걸렸고 끼릭끼릭하는 소리만 들렸다. 여전히 차분하고 시크하게 “That’s battery. I will jump ya.” 그리곤 자기 집으로 갔다. 다행히 그녀의 집은 바로 길 건너였다. 이내 하얀 SUV의 시동이 걸리고 능숙하게 내 차랑 head to head로 차를 댔다. 관계는 모르겠지만 같이 사는 동년배의 여성도 걸어나왔다. 점프케이블도 들고 왔다. 한명은 차에서 시동을 유지하고 있었고 한명은 케이블을 연결했다. 어리버리한 아시안 남성은 그들이 시키는대로 했다. 니 밧데리가 너무 지저분하구나. 여기 양쪽에 1센트짜리 올려놔봐. 그래야 잘돼. 나 같은 경우…뭘 몰라서 그렇지 시키는 건 잘한다.

이내 시동이 걸렸다. 요술같았고 기적 같았다. 이래서 다시 한번 살아 돌아가는구나. Oh, thank you. Thank you. 솔직히 이름이라도 물어보고 전번이라도 따서 다음에 맛있는 거라도 사들고 찾아뵙고 싶었지만 이분들 포스를 보니 순순히 응할 것같지는 않고….그렇다고 내 명함 주면서 담에 꼭 한번 연락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웃기고…그래서 결국 우리의 인연은 인사를 주고 받는 것으로 끝났다. “Thank you.” “Safe trip.”

오늘 밤 어딘지도 모르는 동네에서 나는 두명의 여성들에게 점프 당했다. 예측불허 좌충우돌 나의 일상!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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