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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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길이 집인갑다

(No. 37)

View more MACHUANG DIARY

Written by Jong Kweon Yi
(borimfoods@gmail.com)

미국애국가에 대해서 글 한편 쓸까 해서 버지니아 갔다 오는 길에 볼티모어에 있는 포트 맥켄리에 들렀다. 미국애국가 탄생지다. 생각보다 취재할 게 많아 시간이 꽤 걸렸다. 

난 어디 가서 필 받으면 도끼자루가 그냥 썩는다. 쓸라던 글에 영감을 제법 받았다. 마지막으로 기념품점에서 책 두권 샀다. 번역하고 싶었다. 얼마전 짤막한 거 하나 끝냈는데 요즘은 자꾸 번역이 땡긴다. 이책 두권 검토해보기로 하고 득템에 뿌듯하여 나에게 만찬을 대접했다. 

매릴랜드 대표 음식 crab cake 잘하는 집이 다음 행선지인 된장농장에서 오분거리다. 가는 길에 볼티모어 시내를 한바퀴 순찰. 고속도로 타고 수없이 볼티모어를 지나쳤지만 MD명소와 맛집을 찾기도 처음이다. 지나다니기 시작한지 14년이 지나서야 이 동네가 보이기 시작한다. 참 오랫동안 눈감고 살았다. 

농장엔 물건도 살겸 중요한 걸 물어보러 갔다. 주인 할아버지도 나오셔서 이 큰손 단골과의 대화에 동참해주셨다. 마치고 귀환하려니 톨비 안내는 길이 어딘지 지도 보며 작전을 짠다. 95번은 끊임 없이 톨게이트가 이어져 좀 돌아가더라도 톨비 안내고 다니는 길이 낫다는 결론이다. 한두번 다니는 길도 이니고. 경제적으로 다녀야지 매달 톨비가 수백불씩 나온다. 

돌아오는 길에 개스도 넣고 휴게소에서 볼일도 보고 피곤하여 차세우고 낮잠도 한숨…일어나 전화기로 인터넷도 보고 이렇게 슬슬 오다 보니 오전 11시에 출발한 게 밤열두시가 넘어 도착했다. 빡세게 밟으면 네시간반이면 되는 거리를 세배가 넘게 걸린 거다.

언젠가부터 장거리를 뛰면 항상 GPS 의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려 이 무슨 일인가 생각해보았다. 난 지금까지 내가 차를 몰고 많이 돌아다니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버지니아에서 뉴저지 오는 250마일을 되짚어보니 나는 차를 몰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차에서 생활을 하는 거였다. 한번 뜨면 길이 집과 같은 거였다. 길에서 자고 먹고 생각하고 전화하고 카톡하고…꿈도 꾸고 작업도 한다. 즉 사는 거였다. 노상 이리 살아왔으면서도 이리 verbally 정리를 해보니 약간 뜨악하다.

암튼 이리하여 내 삶의 정체성의 한 축이 나에 의해 파악이 되었다. 내 사주에 집이 없다던데…그게 이 얘기였던갑다. 고단하고 혼자서 낯선 데 있으면 마치 구천을 떠도는 영혼처럼 느껴질 때도 많지만 그래도 길에선 할 일도 많고 잠도 잘 온다. 맞다. 난 길이 집인갑다. (20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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