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ly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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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사에 엄청 감사했던 날

(No.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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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ong Kweon Yi
(borimfoods@gmail.com)

보림식품이 판매하는 게 먹거리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그건 피상적인 관찰일 뿐이고, 나의 진정한 상품은 신뢰이다. 그건 파는 게 아니라 지키면서 쌓아가는 것인데 그러려면 가끔씩 역경도 있다. 그 역경을 극복하고 임무를 하나씩 완수해냈을 때 얻게 되는 안도감과 성취감. 요게 나의 profit이다. 어제도 하나 해냈다.

아 참…우리가 말을 할 땐…보수와 진보를 말할 때도 뭐에 대한 보수나 진보냐를 생략하고 뭉개면서도 다 안다고 착각하듯이 신뢰를 말할 때도 무엇에 대한 신뢰인지 명시가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지금.

내가 파는 신뢰는 무엇에 대한 신뢰인가? 내가 공급하는 것들이 Best quality & freshest condition이라는. 누구의 신뢰? 손님들의. 이것이 바로 먹거리 유통의 이상인데, 산다는 게, 아니 이상을 추구한다는 게, 하다 보면, 그것 이외의 (많은) 부분들이 포기되어야 할 때도 있고 생각지 못했던 돌발사고로 위기를 겪을 수도 있지만 그것들을 감수하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 삶의 묘미이자 비즈니스의 노하우가 아니겠는가? 라는 생각에 이르면…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범사에 감사가 팍팍 되고…오늘 하루 잘 살아낸 만큼 한층 더 충만해졌다고나 할까…뭐 그런 느낌적 느낌이다.

생버섯의 당일 수확 & 전달. Same day Farm to table. 오늘은 이게 미션이었다. 노루궁뎅이, 표고 & 느타리. 보통 버섯은 빨리 상하는 관계로 말려서들 유통하는 게 대세지만 쌩은 쌩대로의 맛과 느낌이 있어 쌩으로 먹고 싶을 때가 있잖냐. 농장과 테이블의 거리가 편도로 거즌 500 킬로. 가격은 한박스에 25에서 60. 주문이 엄청 많지 않으면 기름값도 안나오는 품목 & 거리다. 혼자 하려면 당일코스로는 불가능한 거리지만 농장이랑 내가 중간지점에서 만나서 이 미션을 이행하는 걸로 작전을 짰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했고 내일 아침 손님들 밥상에 올라 있는 최고로 신선한 최상품 버섯을 상상해 본다. 우리 회사의 슬로건이 ‘미주한인의 행복한 식생활’인데 오늘도 거기에 부응했길.

일은 잘 마쳤는데 생각 못했던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유명한 롱우그 가든이 있는 동네에서 물건을 인도받아 회사로 복귀하려는데 나의 낡은 차가 퍼져 버린 것이었다. 잘 달리더니만 안보이던 빨간 색 배터리 사인이 뜨더니 점시 후 핸들이 뻑뻑해지고 ABS 브레이크를 체크하란 메시지도 뜨고 속도가 확 떨어지는 것이었다. 뭐..이러다 차가 확 터지진 않겠지만 차들이 쌩쌩 달리는 지방국도의 한복판에서 차가 멈춰버리는 최악의 상황음 막아야 하겠기에 노견으로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 컴퓨터도 잘 안되면 껐다가 다시 켜잖냐. 그러면 다시 잘 되잖냐? 근데 이노무 차는 껐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죽어버린…아니 퍼져버린 것이었다.

Ah C. 신선한 버섯을 빨리 배달해야 하는데..하필이면 이 먼데서.. .이 중요한 순간에. 원래 인생이란 그런 거다. 다른 날 다른 일을 하다가 차가 퍼졌어도 그때도 중요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인생은 매순간 중요하고 낭패는 중요한 순간에 항상 일어난다. 우린 항상 낭패의 위험 속에서 살아간다. 그게 바로 삶의 묘미 아니겠어?

이럴 때 쓸라고 갖고 있던 AAA 멤버쉽을 꺼냈다. 현대판 호리병이다. 딜럭스 멤버로서…이머전시 로드서비스 공짜. 백마일까지 견인 무료. 회사까지 130마일. 애용하는 카센터에 전화해보니 generator가 나간 거라고. 교체하면 된다니 난 차를 토잉 시켜서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는. 갑자기 차가 퍼져 잠깐 식은 땀이 나긴 했다만…금방 원인파악, 대책수립 & 견적까지 나오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요런 게 짬이다. 긴급 수송 중 차가 퍼졌어도 평정심을 잃지 않기. 삼십만 마일 뛴 차 아무나 모는 게 아니라니까.

AAA에서 레커차가 한시간 후에 온다고 하길래…기다릴 수 밖에. 기다리면서…간단하게 전화기로 게임 한판 하고 ( Ah C, 이거 끊어야 되는데…) 어젯밤 모텔에서 하지 못한 원고수정을 마쳤다. 일은 이런 막간을 이용할 때가 젤 효율적이다. According to my experience.

토잉차 기사가 톨비 아끼려고 빠른 길로 가지 않고 게다가 당연히 레커차라 속도가 느려서 이래저래 두시간 반이나 지체되었고 견인비에 차량수리비도 지출이 되었으나…이 정도로 선방한 게 어디냐. 사람 일 모르는 건데 큰 액땜이 되었다고 “치고” 또다시 오늘도 범사에 감사. 난 왜 이렇게 운이 좋지? 심지어는 차가 퍼진 것도 행운이라니까. 조지 워싱턴도 8년을 전쟁터에서 누비고 다녔어고 털끝 하나 안다쳤다는데…나도 하늘에서 누가 지켜주시나? 뭐…이렇게 생각하면…정신건강에도 굉장히 좋잖아? 해서…범사에 감사하기는 건강의 비결도 된다니.

오늘 투어에서 이건 말 안하려 했는데…분량이 안나와 할 수 없이 고백한다. 그 먼데서 물건 인수인계를 흔쾌히 했던 나의 속셈. 바로 그 약속장소에서 10분 거리에…내가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Brandywine Battlefield Park이 있거든. 혁명전쟁 때 대륙군이 연전연패하던 시기가 있었는데…그때 패배했던 전장터. 아메리카 혁명 성지순례를 수년전부터 암암리에 해오면서…여기도 찜해놨던 곳이라…항상 생계가 걸려 있어 일부러 찾아다니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업무상 인근에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buy one get one free가 되니까. 또다시 나의 생업에 대하여 범사에 감사.

제일 다행이었던 것은…이번에 주문량이 별로 많지 않아…퍼진 차를 가지고 돌아왔어도 타격이 거의 없었다는. 손님들이 사무실로 픽업하러 오셨고…엑스트라로 구입해온 것은…홍보용 free 샘플 & 보은용으로 잘 썼다는. 특히 내 차 고쳐준다고 퇴근도 안하고 작업해주신 Lee Family Auto 사모님한테 3종 버섯세트 한박스 선사. 워낙에 단골이신데…이번에 겸사겸사 서비스를 드릴 수 있어서…이것도 범사에 감사.

어쩜 이렇게 세상엔 감사할 일이 이리도 많은지. 그것도 모르고 노상 남탓에 불만에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훨씬 좋은 이 세상을 지옥처럼 사는 인간들은 왜 이리 많은지. 참내…답답하다. 인간들이 조금만 더 똑똑해진다면 세상이 얼마나 고마운 곳인지 확철히 알 수 있을텐데. 다 자기 하기 나름이란 걸. 그런 걸 보면, 에헴. 감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래서 오늘 레쓴은 요걸로 마무리한다.

감사가 깨달음이다.

PS. 어제 점심약속 잡았다가 저 때문에 세시간이나 기다려주신 두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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