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May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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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졸간에 인디언 여친 두 명이 생긴 썰 

(No.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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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Jong Kweon Yi
(borimfoods@gmail.com)

아이다호와 네바다 접경을 걸치고 주권 독립국가가 하나 있다. 인구는 2500명에 불과하지만 미연방정부와의 조약으로 인정 받은 자치정부이다. 황량한 벌판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주는 건물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침 급한데 화장실이라도 들렀다 가자고 들어가 디스플레이된 이것저것을 읽어보고 담당자를 찾았다. 

내가 하는 일이 여러 가지가 되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어떤 상대와도 건수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나름 미국 생활 20년의 성과라면 성과랄까. 처음엔 이 사람들이 뭘 먹는지부터 시작해서 뭘 해서 먹고 사는지 역사와 문화, 각종 이벤트 등등에 대해서 설명을 받았다. 말하자면 문화부 장관에 해당되는 인디언 누나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나라가 작으니까 확실히 친절한 것같다. 그리고는 이 국가의 공식 신문의 편집장을 소개해주었다. 옛날 신문을 잔뜩 받았고 나는 이 신문을 구독하기로 하였다. 

아메리칸 인디언이 이 땅의 최초의 주민이었다는 것은 다 안다. 그래서 이들은 Indigenous People이라고 주장한다. 인디언이 아니다. 수많은 아메리칸 인디언이 백인들에게 희생당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근데 그게 90퍼센트 이상이란 사실은 얼마나 알려졌는지 모르겠다. 광주에서 수백 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우리 역사에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는지를 감안하면 이건..거의 멸종 수준이다. 언어와 문화는 물론이고 사회를 지탱하는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거로 봐야 된다고 옛날에 교수님이 그랬다. 

언젠가 네브라스카에서 히치하이커가 손을 흔들길래 내 차에 태워준 적이 있었다. 행색이 남루한 Native American 남성이었다. 말하자면 홈리스였다. 이렇게 남의 차 얻어타며 정처 없이 다닌다고 하였다. 다녀보니 메인주가 인심이 개중 낫고 텍사스가 인심이 제일 사납다고 하였다. 차 안에서 바깥을 가리키며 150년 전까지만 해도 저거 다 우리 땅이었다고 한탄했다. 오천 년 역사에 36년 식민통치를 받은 우리 민족이 겪는 후유증을 견주어 이들의 절망감을 상상해 본다. 측량이 잘 안된다. 나는 측량이 안되지만 그들은 감당이 잘 안될 것이기에 그렇게 평생을 길에서 떠돌며 한많은 생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인디언의 역사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누가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성취하였는가에 대한 기록이 아니고 얼마나 많은 숫자의 그들이 어디에서 얼마나 장렬히 싸우다 죽었는가에 대한 기록이었다. 삶의 기록이 아닌 죽음의 기록이 그들의 역사였다. 

인구 이천오백의 작은 국가는 조상의 무덤을 딛고 일어서려는 후손들의 몸부림이다. 죽음의 역사를 삶의 역사, 성공의 역사로 전환해 가기 위한 프레임의 복원이다. 문화부 장관은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앞으로 우리 언어 교육도 실시할 것이고 해마다 포우 행사도 열고 있고 사냥 낚시 등등 관광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고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너 다음에 꼭 다시 와야 한다고 강요했다. 난 이런 강요가 이상하게 좋더라. 

뭐..강요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나는 이 나라를 다시 방문해야 한다. 왜냐구? 한참을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두 여인과 사진 한 장을 찍었다. 촬영 후 편집장이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너 이제 우리 부족에서 여자친구가 둘이나 생겼어.” 

난 말 잘 듣는 사람이라 상대의 뜻에 순응하는 편인데 이와 같은 견지에서 이 땅에 대한 나의 태도를 정리해본다. 에라…역사고 나발이고…여자친구가 둘이나 살고 있는 땅에 다시 안 가고 어딜 가겠는가?  (201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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