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17, 2024
spot_img
HomeEpicure코네티컷 조개구이집, ‘거기’서 봅시다

코네티컷 조개구이집, ‘거기’서 봅시다

(No. 11)

View more MACHUANG DIARY

Written by Jong Kweon Yi
(borimfoods@gmail.com)

5년 전엔가 거의 두세 달 동안 새벽마다 커피숖으로 출근하여 50개 주의 iconic food라는 것들을 정리했던 적이 있다. Food network라는 잡지사에서 각 지역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품평을 시켜서 적성한 리스트가 천여 개에 이르는데…식당이면 식당 음식이면 음식…이렇게 한 주에 30개 남짓을 선정해서 다 합치니까 이 숫자가 된 거다.

나는 이것들의 리뷰를 하나씩 하나씩 읽으면서 그 맛을 상상했다. 읽으니까 음식맛은 몰라도 글맛은 좋았다. 참 요상한 건 한국은 대학교수가 자기 분야를 쓴 것도 비문이나 똥글이 많은데 미국 전문가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다들 글솜씨가 작가들 뺨을 친다. 작가 타이틀이 굳이 문학관련 필자들에게만 국한된다기 보다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각자 자기의 전문적 경험과 식견을 탁월한 필치로 표현해서 일반인에게 글맛을 전달한다면 그게 진짜 작가가 아니겠나. 헌데 그런 분들은 탁월한 전문성으로 이미 마이스터가 된 경우가 많기에 작가라는 밋밋하고 알맹이 없는 타이틀이 오히려 누가 되기에 한량의 완곡어법(euphemism)인 ‘작가’보다는 (특정 전문 분야의) 필자로 대우하고 호칭하는 게 맞을 듯하다. 이게 드뎌 내가 만든 작가와 필자의 구분법이다. 맘에 드네.

얼마 전 ‘문학평론가’ 김명인론을 쓰면서 확인했듯, 똥글을 제일 많이 생산하는 분야가 문학이고, 이 분야의 상당수가 글은 또 디럽게 못쓰면서도 엉뚱하고 주제넘는 망상이나 피우면서 피해의식과 증오나 키우는 트렌드가 (문학의) 주류인 듯하니 ‘작가’라는 타이틀은 그쪽 분야로만 국한하여 가둬버리는 게 세상의 오염을 방지하는 방법인 것같기는 해….

뭐 이런 생각을 해가면서 어제는 오후에 코네티컷에 딜리버리를 다녀왔다. 차 막혀서 두시간이면 갈 곳이 세 시간도 넘게 걸렸다. 이렇게 먼 데를 가면 내가 오년 전에 작성해 놓은 리스트가 유용해진다. 대체로 낯선 곳에 가면 헤매고 방황하다 맥도날드나 먹고 돌아오기가 쉽상인데 이 리스트가 있으니 미국에서 어딜 가도 가야 할 곳이 있고 또한 남의 동네 같지가 않은 느낌적 느낌이 있다. 필자분들이 워낙 잘 써놔서 이미 상상만으로도 친근감이 생겨버린. 그래서…이 1144개의 리스트는 하나같이 가봐야 할 필생의 꿈이고…그래서 항상 꿈을 실현할 준비된 태세로 낯선 곳을 누빌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CT까지 간 김에 The Place에 갔다. 그곳. 식당 이름이 “그곳”이다. 구어적으로는 거기 (한끝 차이지만 Never 거시기). 도대체 얼마나 잘났길래…이름을 그렇게 한번 들으면 잊을 수도 없고 약속 정하기도 쉽게 지었을까? 야 우리 거기서 만나자…하면 세상사람들이 다 거기로 집결해야 할 것같은 식당, The Place. 거길 왜 갔냐면 조개가 유명하대서. Roast Clam Special을 먹어보라고 필자님들이 콕 찍어주셔서.

와! 갔더니 생전 처음 보는 스타일의 집이었다. 마당에서 장작불을 피우고 요리를 그걸로 한다. 거기에 조개도 굽고 옥수수도 굽고 그 불로 삶고 찌고 해서 불에서 꺼낸 것을 곧바로 요리사가 손에 꺼먼 재를 묻힌 채로 들고 와서 내 테이블에 놓고 간다.

테이블은 둥그렇게 잘라 페인트칠한 베니어 판. 의자는 통나무 둥걸이다. 그래서 웨이트리스 안내 없이 그냥 아무 데나 앉으면 된다. 물론 전부 야외이고 장작불 키친을 중심으로 하는 넓은 마당이 바로 “거기”식당이다. 손님들도 다들 한눈에 봐도 동네 서민 스타일. 가격도 착한 편이고 바닷가라 물건도 sing sing하고…해서…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코리안들이 많이들 와서 드시기를. 메뉴 보니…랍스터, 스테이크 등등도 다 있는데 요즘 물가에 비해 저렴한 곳. 보림 코네티컷 참새방앗간으로 선정.

어떤 분들은 나한테 전화하면 지금 어디냐고 꼭 묻는 분들이 있다. 걍 사무실에 있다고 하면 되레 깜짝 놀라고…저기 버지니아니 캘리포니아나 등등의 먼 데 있다고 하면 자기가 거기 있는 것처럼 신나 한다. 내가 사는 게 재밌어 보이나 보다.

나같은 경우..재미 없다 할 순 없지만 이게 다 일이다..일. 우리 민족에게 어떻게 하면 미국에서도 좋은 거, 맛 있은 거 먹게 할 수 있을지 항상 염두에 두며…(코리안 중에) 아무도 가지 않은 그 무수한 길들을 드라이브하여 아무도 먹어보지 않았을 그 많은 먹거리를 시식하여 이렇게 아무도 다루지 않은 타픽을 한번씩 다뤄 줌으로써 gps도 잘 발달한 요즘 세상에 나 없어도 알아서 다니시도록 마음의 아스팔트를 깔아주는 고독한 작업이 나의 투어이다. 오도메터를 어제 봤더니 287,000마일. 킬로수로 바꾸면 45만은 되지 않나? 겉에만 좀 긁어먹어 ㅠㅠ하게 생겼지만 심장은 아직 ssaeng ssaeng하다. (아직은) 나처럼. 

배도 그리 고프지 않아 Roast clam special과 구운 옥수수랑 콜라 시켰다가 와인과 마늘을 넣고 찐 홍합을 추가했다. 옛날엔 홍합은 포장마차에서 국 끓여서 한 사발 일단 서비스 주고나서 주문을 받았는데 요즘은 비싼 먹거리가 됐다. 

참. 식당이 한참 바쁜 시간이라 테이블에 앉아서 내가 뻘쭘히 웨이트리스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 대여섯명이 한팀으로 온 옆 테이블의 흑인 할아버지가 날 측은히 보더니 괜찮냐고 묻는다. 주문할라고 기다린다고 했더니 나 대신 웨이트리스 아가씨를 불러준다. 미국 생활이란 게 살가운 면은 별로 없어도 평민들끼리의 요런 자잘한 기사도 같은 게 있다.

오늘도 기술 대신 재료로 호소하는 원초적 스타일의 맛집. 딱 내 취향이다. 담엔 쫄쫄 굶고 와서 랍스터랑 스테이크 먹어야징. 

이쯤 소개했으니 다들 알아서 찾아가시라. 거기서 봅시다. (2023/05/20)

재외동포실록 (O·K-Sillok) / 뉴스 및 보도자료 to byeoninc@gmail.com
K-POP TIMES
K-POP TIMEShttps://byeon.com
750만 재외동포를 위한 미디어
O·K-Sillokspot_img

Most Popu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