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April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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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는 게 일이다

(No. 9)

View more MACHUANG DIARY

Written by Jong Kweon Yi
(borimfoods@gmail.com)

한 서너달 동안 하나의 링크에 천착했다. 이거다. https://www.foodnetwork.com

50개주 1144가지 대표적인 음식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잘하는 집이 어딘지까지 안내하고 있다. 각 주를 대표하는 50명의 필자는 local & food 전문가로서 그 동네 사람들이 두 말없이 동의할 수준으로 선정한 아이템과 레스토랑의 목록이다. 주당 평균 20여개꼴의 리스트를 만들기 위에 필자들은 수백군데 이상의 식당을 시식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먹기는 쉽지만 먹는 것에 대해 쓰긴 쉽지 않은데 대체로 글재주들도 출중했다. 선수들이 참 많다. 간만에 영어공부 잘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이란 맛만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도 아닌 것같다. 또 우리가 흔히 ‘맛집’이라고 표현하는 식당 역시 맛 이외의 다른 고려사항들이 있어보인다.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자연적 특징들이 담겨진 사연 있는 음식…이것을 local food 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road food 라고도 하고 iconic food라고도 하는데 요즘엔 거창하게 epic food라고 부르기도 하더라. 미리 얘기하면 한국인의 입맛으론 별로인 것들도 있고 민중들의 생존을 위한 메뉴도 있어 Best food라는 컨셉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도 귀뜀한다.

미국은 제법 넓은 나라여서 local 정보는 특별히 중요한 게 아닌 이상 local의 영역에서 머무는 데서 그치기가 쉽상인데 검증된 지역전문가들을 섭외하여 통일적인 포맷으로 편집된 국보급 national 정보로 업그레이드시킨 Food Network의 업적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런 정보가 나한텐 특히 중요한 까닭은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낯선 지역에 갔을 때 꼭 필요한 정보이고 언제 어디에 가더라도 (업무 이외에) 가서 꼭 체험해야 할 것들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작업을 좋아하고 기회가 자꾸 만들어지고 또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전문용어로 업이라 한다.

나에게 미국은 거대한 식탁이며 광대한 놀이터이자 멋진 일터이다. 미국 온지 20년 만에 이제서야 뭘 먹을지 메뉴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앞으로 저 책들도 섭렵하고 시식하며 최적화된 메뉴판을 만드는 게 목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희망을 상상하며 만끽했다. 거기 있는 상상, 거기서 오더 하는 상상, 그리고 거기서 먹는 상상을 그 작가들이 자극했다. 나쁜 놈들. 얌전한 고양이를 이렇게 흔들어대다니.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이 뭐라도 잘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고 키가 큰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출세를 한 것도 아니고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고…남의 나라 와서 언더클래스로 살지만 먹는 거나 하나 건졌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이다. 그 전리품으로 도움이 될만한 책이나 한권 써낼 수 있으면 때댕큐고.

그럴라면 부지런히 먹어야 한다. 나는 먹는 게 일이다. (201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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