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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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사라진 민주주의, 미국에서 법 제정이 어려운 이유 (1)

정치평론 천하(天下)
왜 미국은 더 이상 법을 만들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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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더 이상 법으로 통치되는 나라가 아니다.”

이 말은 극단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오늘날 미국 정치의 현실을 바라보면 결코 과장이라 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주요 정책을 밀어붙이고, 다음 대통령은 이를 손쉽게 뒤집는다. 오바마의 건강보험 정책은 트럼프에 의해 폐기되었고, 트럼프의 반이민 정책은 바이든 취임 직후 철회되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며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있다. 마치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정책의 운명. 왜 미국은 안정적인 법을 제정하지 못하는가?

60표의 장벽, ‘필리버스터’라는 장애물

그 이유의 핵심에는 상원의 필리버스터(filibuster),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60표의 장벽’이 있다. 미국 연방 상원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일반적으로 60표의 찬성을 요구한다. 상원은 총 100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정당이 60석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결과적으로 소수당이 사실상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이 제도는 원래 소수 의견 보호라는 명분으로 존재했지만, 오늘날의 정치 양극화 속에서는 오히려 입법의 마비를 초래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는 협상과 절충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결과, 중요한 사회 현안을 다루는 법안은 회의장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된다.

입법이 거의 불가능한 나라

데이터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 의회에 발의된 법안 중 실제로 통과되는 비율은 해마다 24% 수준에 불과하다. 2021~2022년 제117대 의회(117th Congress) 회기에는 총 8,000건 이상의 법안이 제출되었지만, 그중 법으로 제정된 건수는 300건 남짓이었다. 그마저도 상당수가 단순 명칭 변경이나 기념일 지정 등 실질적 영향이 적은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떻게 정책을 실행하는가? 답은 바로 행정명령과 행정규제다. 대통령은 입법 절차를 우회해 행정명령을 통해 직접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 또한 각 연방정부 부처는 법률이 아닌 자체 규정을 만들어 집행하며, 사실상 입법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이는 입법권의 본질적 약화이자, 삼권분립 원칙의 균열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의 ‘탈법화’가 남긴 그림자

이러한 상황은 단지 제도적 문제가 아니다. 법률로 제정되지 않은 정책은 법적 안정성이 없다. 대통령이 바뀌면 곧바로 폐기되거나 반대로 바뀐다. 기업과 시민은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고, 정치의 신뢰는 추락한다. 미국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아니라 ‘명령의 지배(rule by decree)’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볼 때, 미국은 민주주의의 전범처럼 여겨지지만, 현실의 미국 정치는 오히려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 법이 사라진 민주주의는 결국 권력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비정상적 정치 구조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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